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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업 취업 행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09학번 김인턴(27)씨는 이번 졸업식만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1년간의 휴학, 그리고 또 다시 1년의 졸업 유예 기간이 있었지만 내년 봄학기도 학교를 다녀야 할 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취준생 처지인 몇몇 동기들과 술 한 잔 생각이 간절하지만 그 대신 수천 번도 넘게 들어간 채용정보 사이트를 확인한다. 최종면접 불합격. 아직까지 67전 62패다.

 

   그에게 대학생활은 신입생이던 딱 한 학기를 제외하면 숨막히는 학점관리와 스펙쌓기, 취업준비의 연속이었다. 3.8대의 학점과 경영대 복수전공 이수를 위해 재수강을 감수하며 9학기를 꼬박 채워 들었다. 당연히 경영대 학회, 컴퓨터 자격증, 어학성적증명서 같은 스펙도 관리했다. 그러다 학회를 통해 접한 기업의 인턴 활동을 하느라 한 학기를 휴학했다. 남은 한 학기의 휴학은 악착같이 노력한 대가로 다녀온 캐나다 교환학생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올 해 상반기 공채에서 실패를 맛보았다. 나름대로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했지만, 인턴 경험과 면접준비가 부족했던 탓이다. 결국 방학 동안 높은 경쟁률을 뚫고 대기업 마케팅 분야 전환직 인턴으로 일하며 취업을 준비하고, 이번 학기에는 새롭게 세 개의 취업 스터디도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항상 불안하다. 왜 자꾸 남들보다 뒤쳐지기만 하는 것인지… 자격증이나 봉사활동이 모자라진 않는지…

 

   사이트를 확인해 보니 전환직 인턴으로 근무했던 기업에서 2차 합격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떨리는 마음으로 확인해보니, 축하한다는 인사말과 함께 이번 주 토요일에 있을 3차 최종면접 날짜와 시간을 알려준다.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89학번 이상사(47)씨는 최근 대기업 건설사에서 중견기업으로 이직해 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대학 시절 도서관보다 시위 현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사법고시에 도전했다가 두 차례 낙방했다. 졸업이 눈앞에 닥치고서야 일반 기업 쪽으로 눈을 돌렸다.

 

   졸업장을 받은 그에게 남은 건 평균 2.7의 학점과 운전면허증이 전부였다. 토익 같은 어학점수는 물론이고 해외 유학이나 인턴 경험도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씨는 “취업 원서가 남아돌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백수가 될 거란 걱정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취업을 준비하던 그에게 대기업 세 곳에서 ‘입사추천서’가 날아왔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었던 일부 기업의 경우 입사추천서를 수십 장씩 학과 사무실에 쌓아두기도 했다. 교수와 학과 사무실 근무자들이 “지원을 안 해도 좋으니 (추천서를) 가져가 읽어보기라도 하라”고 권할 정도였다.

 이씨는 고심 끝에 당시 잘나가던 A그룹 건설사의 추천서를 받아 곧바로 취업했다. 그는 “학점이 낮고 어학 성적이 없더라도 서울대 졸업장만 있으면 웬만한 대기업엔 쉽게 들어가던 시절이었다”며 “오히려 졸업 후 바로 일반 기업에 취직하는 학생들에게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으냐’고 오해하는 시선이 있었을 정도였다”고 했다.

* 2016.08.04, 중앙일보, <서울대 학점 2.7' 80년대 학번 지금 취업 도전하면 … 대기업 "지원 자격도 안 된다“>기사 인용.

1988학번의 이야기

2011학번의 이야기

    20년이라는 시대적 간극을 차치하더라도, 이들의 대학생활 모습에는 해결되지 않는 괴리가 존재한다. 오늘날 대학생들은 대학생활의 낭만을 포기하고 취업을 위해 수많은 스펙을 쌓기 위해 열중함에도, 과거보다 직장을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대학가의 구직난으로 인해 정규 학기를 채우고도 초과 학기를 등록하며 졸업을 미루는 대학생들이 점차 늘고 있다.

<첫 직장 입사 연령>

    졸업유예생 증가의 주요한 원인은, 대학생들의 구직활동에서 요구되는 역량이 지나치게 많아졌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경제적으로 호황을 누리던 80~90년대가 지나고 외환위기를 겪은 뒤, 국내 경기가 얼어붙으며 취업을 위한 일자리 또한 자연스레 줄었다. 이러한 추세는 2000년대 들어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지속되며 심화되었고 결국 ‘고용 없는 성장‘을 낳게 았다.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청년실업률(12.6%)과 1993년 대비 전체 일자리규모 증가율(145%)에 비해 턱없이 낮은 양질의 일자리 규모 증가율(24%)이 이를 방증한다. 따라서 대학생들은 취업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다방면의 스펙을 쌓는다. 그러나 이러한 스펙쌓기 열풍은 대학생들이 무리하며 기업에서 요구하는 것보다 더 과도한 스펙을 쌓는 방향으로 과열되고 있다. 국내 취업전문포털 <잡코리아>가 국내 596개 기업과 대학생 322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실태가 확연히 드러난다.

위의 두 페르소나는 1990년대와 2010년대 대학생의 모습과 취업시장을 대변한다.

   결국 취업난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서의 스펙쌓기와 졸업유예는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경쟁을 양산하며, 비용을 소모하게 함을 보여준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으로 ‘대학생’ 이라는 소속을 유지하려는 심리 또한 졸업유예생 증가를 부추기는 또 다른 원인이다.

    그러나 오히려 실제 기업 측의 인식은 다르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251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신입사원 시 졸업 여부에 대해 상관없다(60%)는 대답이 다수였으며, 실제 졸업 예정자와 졸업자의 합격 비율은 오히려 졸업자가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70%).

“집에서만 해도 당장 부모님께서 번듯한 직장도 없이 대학 졸업하면 뭐하냐고,

 차라리 등록금을 더 대 준다고 하세요.

 확실히 보장된 미래가 없는데 무턱대고 졸업을 하면 백수가 되는 거니까…

 사람들에게 저를 백수가 아닌 ‘대학생‘ 이라고 소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죠.”

- 서울 S대학교 P양(23)

“아무래도 요즘 취업이 많이 힘들고,

 취준생들 사이에서 기업이 졸업자보다 졸업예정자를 선호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기업에서도 대졸자는 면접 때 ‘졸업하고 뭐하다 이제서야 지원했냐‘ 는 질문을 꼭 듣는다고 하더군요.

 그 때를 대비한 스펙을 또 쌓아야 하는 거고…”

– 서울 S대학교 K군(25)

대학 입학 후

신입사원이 되기까지  8

과거에 비해

얼마나 길어진 걸까?

김인곤 기자 imkaentangs@snu.ac.kr

<기업과 취업준비생의 스펙 기준에 대한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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